아, 맞다.
이걸 적었어야 하는데….
“시니어를 탈출하다”라는 제목만 적어놓고 내용을 제대로 적지 못했다.
평소에 단어 자체에 의미를 두지는 않지만 왠지 저 단어 만큼은 나에게서 알 수 없는 한계를 만들어 내는 단어인 듯 하여 요즘 고민이 많았다.
왜 그럴까?
시니어라는 말로 인해 개발자 인생을 고민하게 하는 몇 가지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.
시니어는 어디 있을까?
주변에 많은 개발자들이 있지만 나를 비롯한 그 누구도 제대로 시니어라고 이야기 하질 못한다.
왜 그럴까?
내가 생각하기에는 사실 아직 우리 중에 누구도 제대로 시니어라는 길을 못 가지 않았을까 한다. 아님 그렇게 간 사람을 알지 못하던가.
그 느낌 자체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다.
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그 음식이 맛있다라는 것은 누군가가 이야기를 해줘서 아는게 아니다. 입안에 스며 드는 그 맛을 내가 맛있다고 느껴야 한다.
그런 의미로 나는 시니어라는 말을 제대로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단계이고 저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도 없다.
내가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말할 수 없고 그렇게 때문에 어딘가 모르게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.
어떤 것이든 만들 수 있으면 시니어인가?
이건 자신감과도 연결 되는 부분인데,
우리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나기도 하지만 작아지기도 한다.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, 그 발전 속도를 나는 따라가기가 점차 버거워 진다는 사실을 나는 피할 수 없다.
그런데 시니어라는 단어를 들어보면 뭐든지 만들 수 있을 것 같다.
영원히 늙지 않고 무수히 많은 기술들을 쏟아 내면서 세상을 자신감으로 가득 채울 것 같다.
나를 돌아보자.
나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있을까? 자신감이 가득차있다면 언제까지일까?
일단 현실속의 나라는 존재를 점점 깨달아 가는 시점이 아이러니 하게 지금이고,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작은일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.
그만큼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고 나의 역할도 점점 작아진다.
그 속에서 난 무엇을 해야할까?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?
어떠한 해결책을 만들면 시니어인가?
시니어라는 말에 대해서 내가 그동안 느꼈던 감정 중에 하나는 어떤 탈출구 같은 존재이다.
문제가 생기면 분명 어디선가의 해결책을 가지고 있을 듯 하다.
그리고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 처럼 짠하고 나타나 짠하고 해결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것이다.
아, 기준이 너무 높은가?
이것도 내가 이해를 잘 못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.
전문가는 시니어인가?
특정 영역의 경력이 계속 쌓이다 보면 전문가 대접을 받고 그 업계에서 나름 목에 힘도 주고 할 수 있다.
그렇게 나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생겨나고, 나는 내 나름대로의 개념을 설파 하면서 남들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생겨난다.
그렇다면 전문가는 시니어인가 ?
시니어라는 말을 제대로 정의를 하지 못하니 전문가가 시니어가 될 수가 없을 것만 같다.
전문가의 전문성은 항상 상대적인 것 같다. 최소한 저 사람보다는 내가 잘 해야하는 영역에 있는데 이건 점수로 매겨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느낌만 존재한다.
하지만 시니어는 그 영역보다 좀 더 높은 곳에 있는 듯 하다. 전문가의 영역을 뛰어넘어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영웅같은 사람.
말을 하면서도 어렵네..
나는 시니어인가?
나의 경력은 올해로 대략 15년이 된다. 주변(?)의 시선으로 보면 보통 이정도 되면 왠만한 건 해볼 건 다 해봤다고 말을 할 수 있을까?
주변에서는 분명 나를 그렇게 인식할 수도 있겠지만 난 여전히 부족한게 많고 실수 투성이에, 재미난 기술을 쫓아 다닌다.
그리고 항상 틀린 답을 만들고 세상과 다른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.
그렇다면 나는 시니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?
여전히 모르겠다 이다.
내가 아직 제대로 세상을 겪어보지 못해서 시니어라는 말의 맛을 아는 사람을 알지 못해서 일 수도 있다.
시니어를 탈출하다.
주절 주절 썼지만 결국은 하고 싶은 말은 이 말이다.
더 이상 시니어라는 단어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.
그 말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무엇이든지 나는 내 나름의 길을 간다고 생각한다.
개발자이든 아니든 그 안에서 나의 전문성을 나름 인정받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.
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.
나는 시니어라는 완성된 단어보다 이 순간의 과정을 즐기겠다.
단어가 주는 괜한 부담감을 몸에 두르지 말고 , 내 갈길 가는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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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이렇게 외쳐본다.
나는 주니어다.
맘껏 질문하고
맘껏 코딩하고
맘껏 실수하고
맘껏 실패하고
맘껏 즐길것이다.